사진은 촬영할 당시 작가의 감성과 지성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이것은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습니다.
사진의 고립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것이 좋은 사진의 출발입니다.
▶ 시공간의 단면
사진은 하나의 고립된 이미지입니다.
시간적으로 한순간이 잡힐 뿐이며 공간적으로 일부분이 찍힐 뿐 연속된 시간과 이어진 공간이 전부 찍히지 않다는 것
이것이 사진의 또 하나의 커다란 특성입니다.
현실은 시간적으로 연속되어 있고 공간적으로 이어져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를 때의 그 현실이랑 시간 공간의 연속체임과 동시에 감각적으로도 종합적인 현상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시각을 포함해서 후각 청각 촉각 거기에 미각까지의 모든 상황으로서의 현실을 결코 그대로 찍을 수가 없습니다.
시간적으로 이러한 종합적 상황으로서의 현실을 결코 그대로 찍을 수가 없습니다.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오는 한 부분만이 잡힐 뿐입니다.
한 장의 사진은 물리적으로 한 개의 시 공간 이 잡힐 뿐만 아니라 한 가지 상황만을 제시해 줍니다.
마치 한 개의 낱말처럼 한 장의 사진은 하나의 상황 하나의 현실을 담을 뿐입니다.
그것이 또 한 종합적 상황으로서의 현실을 시간 공간의 단편이 이어진 연속체라 한다면 그 현실을 현실적으로 재현 시키고자 하는 사진이
단편적 영상의 집합체로서의 엮음 사진을 개발한 것은 자연스럽고도 필연적인 귀결이었습니다.
사진은 현실을 현실 그대로 찍을 도리가 없고, 현실이 현실 그대로 나타나지 않는 한 장의 사진은 결국 한 개의 현실적 이미지일 뿐입니다.
시간적으로 분리되고 공간적으로 고립되어 현실과 따로 떨어진 곳에서 홀로 저를 주장하는 독자적 이미지라는 인식에서부터
사진에 대한 이해는 출발해야 입니다.
▶ 사진적 리얼리티의 한계
사진이 현실이 아니라 현실적 이미지라는 사실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사진의 예술성은 일종의 이미지라는 인식 위에서 가능해집니다.
사진 영상이 현실이 아니니까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현실성이란 현실적 성격이라는 말이지 현실 그 자체라는 말은 아닙니다.
사진의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해 하는 말로 사진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적 이미지 현실을 닮은 영상이라는 사실의 재확인을 위한 말입니다.
이것이 사진에서 말하는 현실성이요 사진적 리얼리티의 한계입니다.
사진에 있어서의 리얼리티란 현실의 자동적 복사가 아니라 현실을 통한 의식의 창조를 뜻합니다.
리얼한 사진이라는 말을 현실 그대로의 사진이라는 뜻이 아니라 작가에 의해 재창조되어 보다 현실감 있게 표현된 사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결국 사진으로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현실을 통해 ‘나’를 표현하는 일, 곧 생각하는 바를 주장하고 느낀 바를 표현하는 것이지
현실을 현실 그대로 따서 옮겨 놓는 일은 될 수 있는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할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리얼리티가 사진의 생명이라고 해서 현실을 현실 그대로 옮겨 놓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됩니다.
사진에 있어서의 현실성 즉 리얼리티라고 하는 것은 해석된 현실이요 재창조된 현실이라는 사실을 알고 사진에 임해야 성공적인 사진에 이를 수가 있습니다.
사진가는 현실을 복사하는 사람(copier)이 아니라 현실을 자기 나름으로 번역(interpreter)하는 사람입니다.
▶ 영상화 작업
사진은 시간이나 공간의 한 도막을 따내는 데서부터 출발합니다.
시간이나 공간 은 그것이 하나의 환경으로 이어져 있을 때 종합적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사진은 그 한 조각만 따오기 때문에 종합적 해석이 불가능합니다.
한 장 사진만으로는 아무런 뜻이 부여될 수 없는 커다란 이유입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그 자체만으로 어떤 개념은 가지고 있을지언정 아무런 방향이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랑’을 말한 사람의 의도가 파악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시간과 공간에서 분리되어 고립된 한 장짜리 사진은 과장해서 말한다면 아무런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은 단순한 하나의 이미지일 뿐입니다.
이상일 (으므니)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한 고립된 이미지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일 그것을 일러 ‘영상화 작업’ 이라합니다.
다시 말해서 현실의 복제품으로 떨어지기 쉬운 영상을 단순한 복제가 아닌 작가의 의식으로의 영상, 창조 작업으로서의 사진,
정제된 이미지로서의 예술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영상화 작업'이라고 일컫습니다.
한마디로 자기 이미지를 사진으로 표현해내는 작업을 일컫는다고 생각하면 가장 알기 쉬울 것입니다.
문학의 경우 형상화라는 말이 쓰입니다.
이는 언어라고 하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매체를 가지고 생각이나 느낌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감각적인 매체로
어떻게 하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개념을 나타낼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대조적인 것입니다.
이 영상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것은 단지 한 장의 복제품으로 떨어질 뿐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을 토로한 예술로 승화될 수는 없습니다.
※ 위 사진은 이상일 작가의 <으므니>입니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연민과 회환이 무겁고 진하게 영상화되어 있습다.
영상화 작업의 가장 밑바닥에 자리해야 하는 것이
바로 사진의 고립성에 대한 인식입니다.
모든 피사체는 찍히고 나면 영상으로 고립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임해야
영상화 작업에 실패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사진을 찍을 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당시의 느낌도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되살아나 그 사진이 당시의 느낌이나 생각이 잘 표현된 잘 된 사진이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사진을 보는 제 3자는 그런 상황이나 감정을 모르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당시의 그런 상황이나 감정을 생생하게 제 3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작업이 바로 영상화 작업이며
그 상황이나 감정 등이 제대로 생생하게 전달이 되었을 때 그 사진은 영상화 작업에 성공한 것이 되며 그러한 사진이 볼만한 사진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진가들이 자기만이 알고 있는 당시의 정황을 바탕으로 자기의 사진을 보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남들이 자기와 똑같이 느끼고 보아 주지 않음을 원망하거나 한탄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술은 주관적인 것이니까 전달이 안 되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나는 어찌 되었든 표현해 놓았으니까 더 이상 내 책임이 아니라는 식으로 자기 합리화에 급급한 사람도 있습다.
김영태 (우울증)
전달은 표현이 되었을 때 이루어집니다.
표현이란 첫째, 주관적 감정의 객관적 제시를 뜻합니다.
자기만 알고 있는 당시의 상황 자기만이 느낄 수 있었던 당시의 미묘한 감정을 남들도 똑같이 알고 느낄 수 있게 영상으로 바꿔 놓는 작업입니다.
표현은 또한 설명이 아닙니다.
설명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지만 표현은 감각적이고 구체적입니다.
설명이 사진에 나타날 개별적 상황을 하나하나 읽어 보고 그 종합적 의미를 찾아내게 하는 방법이라면
표현은 동시적으로 상황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작업을 뜻합니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어두운 방안에 있는 물건을 하나하나 말로 자세하게 일러주는 것이 설명이라면,
설명이고 뭐고 물을 켜 줌으로 단번에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는 캐리커처 화가가 단순한 몇 개의 선으로 한 사람의 인상적으로 그러내는 것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